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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커플 시민결합 지지를 선언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커플에게도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며 시민결합 제도 도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역대 교황 중 동성커플의 법적 결합을 지지하고 나선 건 그가 처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1일(현지시각) 로마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에서 ”동성애자들에게도 가족을 이룰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들도 하느님의 자녀들이고, 가족을 이룰 권리가 있다. 누구도 이것(성적지향)을 이유로 가족에서 쫓겨나거나 불행해져서는 안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민결합법(civil union law)이 있어야 한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법적으로 보호를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를 지낼 당시 동성결혼 법제화에 단호히 반대하면서도 그 대안으로 시민결합을 지지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교황 즉위 이후에는 시민결합에 대한 지지 입장을 명확히 밝힌 적이 없었다고 AP는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발언은 가톨릭 내 보수 진영의 큰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옳지 못하다면서도 동성애를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것으로 가르치고 있다. 또한 신성한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라는 교리를 유지해왔다. 

교황청 교리성은 2003년에 발표한 신앙교리성에서 동성애자들의 성적지향을 존중해야 한다는 교회의 입장이 ”동성애 행위 또는 동성 간 법적 결합에 대한 승인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교리문을 쓴 추기경이 바로 훗날 교황이 된 베네딕토 16세(2005-2013년 재위)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이 알려지자 보수파인 미국 로드아일랜드의 토머스 토빈 주교는 입장문을 내고 ”교황의 입장은 동성결합에 대한 교회의 오랜 가르침과 분명 배치된다”고 밝혔다.

그는 성소수자들이 ”사랑 받는 주님의 자녀들이고 그들의 개인적 인권과 시민적 권리가 법에 의해 인정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면서도 ”신성한 결혼을 가장하려는 시민결합을 법제화 하는 것은 인정될 수 없다”고 했다.

 

기후변화, 빈곤, 이민, 불평등, 인종차별 등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가 담긴 이 다큐의 감독 에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는 교황의 발언에 대한 반응에 놀라움을 표했다.

게이이자 러시아계 미국인인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의 교리를 수정하려 한 게 아니라 단지 동성커플도 똑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믿음을 표명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교황이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대한 가톨릭의 오랜 입장을 뒤집은 게 전혀 아니라는 얘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결혼에 대해서 만큼은 확고한 반대 의견을 밝혀왔다.

2016년, 교황은 ”결혼과 가족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과 동성결혼을 어떤 식으로도 비슷하거나 아주 조금이라도 유사한 것으로 검토할 만한 근거는 전혀 없다”고 밝혔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시절에는 동성결혼이 ”인류학적 퇴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지일보

작성자 이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