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

지난해 서울 ‘폐업률 1위’는 어디? ‘유령도시’ 방불케 하는 이곳

사진=연합뉴스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윤모씨는 지난해 임대료, 관리비 등 고정비 지출을 감당하기가 어려워 시중은행에서 3000만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빚 돌려막기’를 계속하며 겨우겨우 버티고 있다. 그는 “주변에 많게는 1억원까지 빚 내는 사람도 봤다”고 전했다.

실제로 예년에는 인파로 붐볐던 거리는 텅텅 비었으며, 곳곳에 ‘임대’ 문구를 써붙인 폐업 점포가 흔하게 눈에 띈다. 사당동에서 포차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는 “원래 금요일 밤부터 주말에 주로 벌이했는데 요즘엔 주중이 그나마 낫다. 그것도 사실 예전의 반토막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사당, 노량진, 중앙대 앞 등 동작구 주요 상권은 마치 ‘유령도시’인 듯 인적이 드물고 고요했다.

동작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해 서울에서 요식업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곳으로 꼽힌다. 동작구는 시장, 대학가, 학원가 등이 모두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충격에 매우 취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25일 행정안전부 지방인허가에서 음식점 및 유흥·단란주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작년 서울 지역 폐업률은 8.5%로 전년 대비 0.4%포인트가량 감소했다. 수치만 두고 보면 언뜻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폐업률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주거 지역형 동네 상권이 발달한 지역은 타격이 덜했으나, 동작구처럼 직장인·학생 등 유동인구 기반으로 상권이 발달한 지역은 큰 타격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지역별·업체별로 피해 규모가 다른 만큼 선별 지원을 강구하고, 비대면 외식이 활황인 점을 감안해 타격이 큰 상점을 도울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노량진 학원가 일대가 텅텅 비었다./사진=한국경제

동작서 폐업률 확 뛰었다…종로·관악·강서 순
서울시 자치구별 폐업률.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외식업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동작구 폐업점포 수가 전년 대비 4.1%포인트 증가하면서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자료=한국경제

지난해 폐업률이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동작구였다. 전년 대비 4.1%포인트 증가한 12.4%를 기록했다. 동작구의 폐업률은 지난 5년간 2018년을 제외하고는 서울 평균보다 낮은 편이었으나, 지난해 급증했다.

동작구에는 노량진 학원가를 비롯한 중앙대·숭실대 등 대학 상권, 사당역·이수역 부근 번화가 등 상권이 복합적으로 밀집되어 있다. 작년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인해 이들 지역이 한꺼번에 큰 충격을 받으며 동작구 모든 법정동에서 폐업률이 증가한 것으로 관측됐다. 대표적으로 중앙대 앞인 흑석동은 6.1%포인트(7%→13.1%), 숭실대가 위치한 상도동은 4.1%포인트(7.6%→11.7%) 올랐고 노량진동 6.1%포인트(7.6%→11.7%), 사당동 1.7%포인트(8.4%→10.1%)씩 각각 폐업률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장인 재택 근무 등으로 인해 유동인구가 줄어든 종로구는 전년 대비 1%포인트 폐업률이 증가했다. 특히 광화문 바로 앞인 중학동의 폐업률이 24.5%포인트(3.6%→28.1%)나 폭증했다. 법정동에는 마이크로소프트·SKC·매일유업 등 주요 기업들 영향으로 인해 유동인구가 많아 통상 연간 폐업점 수가 한 자릿수이거나 아예 없는 해도 많았으나, 지난해에만 폐업점 수가 18개를 기록했다.

이밖에 동대문역 부근인 창신동 2.4%포인트(3.9%→6.3%), 종각역 주변 관철동 2.8%포인트(4.4%→7.2%), 혜화역 앞 명륜4가 3.6%포인트(3.3%→6.9%) 폐업률이 증가했다.

이어 관악구(0.9%포인트) 강서구(0.7%포인트) 성북구(0.6%포인트) 순으로 폐업률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관악구와 성북구는 서울대, 고려대 등 대학가 유동인구가 감소한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강서구의 경우 김포공항 인근 상권의 피해가 큰 것으로 보인다.

영등포·서대문·마포구는 되려 폐업률 감소? “더 폐업할 곳도 없다”

영등포구·서대문구·마포구 등은 전년 대비 폐업률이 오히려 감소했다. 다만 수치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상황이 나아진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폐업이 계속 증가한 탓에 생긴 역(逆)기저효과로 보인다.

상권에선 “더 폐업할 곳도 없는 상황”이란 탄식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2019년까지 번화가인 홍대와 마포가 위치한 마포구는 4년 연속, 서강대·연세대·이화여대 등이 위치한 서대문구와 타임스퀘어 등이 위치한 영등포구는 각각 3년 연속 폐업률이 증가해온 바 있다.

이밖에 강북구·서초구·중랑구·광진구 등 주거 밀집형 지역들은 대체로 폐업률이 거의 증가하지 않거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식 소비 행태가 ‘퇴근→외식→귀가’에서 ‘퇴근→귀가→외식’으로 자연스레 변화하며, 생활형 외식이 대세가 되어가는 양상이다.

선별·맞춤형 지원 체계 절실

서울시는 그간 코로나 타격이 큰 소상공인 등에 대한 선별 지원을 원칙으로 내세웠으나,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며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문제에 다시금 불을 붙였다.

전문가들은 선별지원의 효과가 더 크다고 분석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한국·미국·일본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를 비교한 결과, 코로나19 피해 계층의 한계소비성향(추가로 발생한 소득 중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이 높다며 “선별지원이 효과적”이라고 평했다. 한경연은 “국제통화기금(IMF)도 피해 계층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지원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전략사업추진단장은 “코로나19에 모두가 피해를 본 것은 아니지 않느냐. 재난지원금이든 대책 마련이든 선별 지원이 맞다고 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기술 수용성이 더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비대면 스마트화를 촉진시켜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김삼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지난해 12월 ‘외식업체 생존, 비대면 서비스와 디지털 기술 수용에 달렸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적용 가능한 정보기술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효성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벤처경제

작성자 벤처경제